사랑방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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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모사업회 시간 2019-01-29 14:30:42 조회수 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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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7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수혜 소감

 

최경아 (일곱째 별)

 

꺼지지 않는 별빛이 되겠습니다.

 

2004년, 故김선일을 살리기 위해 광장에 처음 뛰쳐나온 제가 본격적으로 거리에 나온 건 2008년, 가열차게 나선 건 2014년부터입니다. 광화문의 수많은 깃발 중 제가 설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저는 늘 혼자 광장에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제 휴대폰은 아직 2G폰입니다. 저는 카톡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하던 블로그를 세월호가 침몰한 후 이전했습니다. 달랑 10명인 친구공개만 하던 블로그를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전체공개로 바꾸었습니다. 매주 광장에 나가 사진을 찍고 글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광장의 열흘, 그리고 또 하루>와 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째별의 일곱 남자들>중 한 편.

 

아무래도 다큐멘터리 작가를 오래 한 탓인 듯합니다. 아무리 각색을 해도 제 이야기는 사실에서 좀처럼 멀리 가질 못합니다. 저는 르포르타주가 뭔지 소설이 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아는 것은 진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뿐입니다. 고통과 시련, 절망 속에서도 살아내는 사람들의 아름답고 신성한 결정체를 발견해 그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인양되지 못하는 현실을 참을 수 없어 3주기 때는 삭발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무명의 항거는 소리 없이 묻힐 게 뻔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죽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학창작기금은 별이 된 세월호의 304명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생존 학생들이 주신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제게 대의명분과 내면의 소리를 일깨워준 사샤와 엠마 골드만, 사랑합니다. 이들을 만나게 해 주신 길담서원의 서원지기 소년님과 금요영원 동무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어머니처럼 품어주신 시인 김해자 님 감사합니다. 밤새 글을 쓰고 있으면 이젠 엄마 책을 쓰라고 독려해 주던 아들 선훈,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는 독자이자 언니 같은 딸 이현, 묵묵히 지켜주며 조급해 하는 저를 믿어주던 남편 김인중에게 고맙습니다.

 

광장의 연약한 촛불 하나에 불과한 저를 심지 굳게 타오르라고 지지해 주심에 감읍하며 꺼지지 않는 별빛으로 자리하겠습니다.

 

수혜자 약력

 

일곱째별(본명: 최경아)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20여 년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등록일 :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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